2022년 이태원 참사, 한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놓친 것

2022년 이태원 참사는 구조적 안전 부재와 인파 관리 실패로 발생한 재난으로,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게 만들었다.

1. 서론: 예고된 참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그날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을 맞아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수만 명이 한꺼번에 몰린 좁은 골목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약 159명이 압사로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군중 사고’가 아니었다. 이태원 참사는 예방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던 구조적 재난이었다. 경찰, 지자체, 소방 당국 등 어느 누구도 사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았고, 인파에 대한 통제 시스템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사고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구축한 재난 대응 시스템의 실효성과 책임 구조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이 글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과 대응 실패, 그리고 우리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재난 대응 시스템의 방향성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 인파 관리 부재가 만든 비극

이태원은 서울에서 외국인과 젊은 층이 자주 찾는 대표적인 유흥지역이다. 특히 핼러윈 기간에는 매년 수만 명이 이 지역을 방문해왔고, 2022년은 코로나19 이후 첫 거리두기 해제 시기였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대규모 인파였지만, 어떠한 통제 장치도, 사전 안전 계획도 마련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경사진 좁은 통로로, 수백 명이 동시에 몰릴 경우 압사 위험이 극심한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는 경찰 병력이나 안전 요원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다. 사고 직전까지도 시민들의 신고가 이어졌지만, 현장 대응은 미흡했고, 골든타임은 그대로 지나가버렸다. 결국 이 참사는 단순한 '우연'이나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아니라, 관리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구조적 문제였다.

 

3. 대응 실패와 책임 회피의 연속

사고 발생 이후, 정부와 유관 기관들은 ‘행사의 주최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규모 군중이 한 곳에 몰릴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경찰의 사전 조치 부재는 명백한 과실이었다. 당일 이태원 일대에는 교통 통제를 위한 경찰은 있었지만, 인파 관리에 특화된 병력은 거의 배치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구조 요청이 쇄도했지만 신속한 대응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고, 현장에는 지휘 체계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국가와 지자체는 사고 발생 이후에도 진상 규명보다는 책임 회피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무책임한 시스템 아래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이는 단지 행정력의 부재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을 대하는 국가의 자세가 얼마나 느슨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4. 우리가 반드시 바꿔야 할 것들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이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먼저,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이유로 인파 안전 관리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대규모 군중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인파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인력을 투입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경찰과 소방의 현장 대응 체계도 명확히 정비되어야 한다. 보고 체계, 지휘 권한, 응급 구조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또 다른 참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고 이후에도 책임 있는 조사와 사과, 그리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길은 말뿐인 애도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노력이다.

 

5.결론:  “다시는”이라는 말이 의미 있으려면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 사회가 구조적 안전 시스템을 얼마나 소홀히 여겨왔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참사를 겪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말뿐인 다짐은 아무런 힘이 없다. 진정한 변화는 제도, 시스템, 인식이 바뀔 때 실현된다. 이번 사건은 단지 이태원이라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안고 있는 재난 대응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드러낸 것이다. 이태원에서 희생된 159명의 생명은 결코 숫자가 아니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안전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 진정한 책임과 함께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